한국(남한)은 잔혹한 시기를 겪었다.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를 거쳐 외국군에 의해 조선이 해방된 후, 남북한의 외세에 의해 분단되었고, 그 분단은 이제 반세기가 넘었다.
조선이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했던 1920년대부터 조선의 해방과 노동자 계급에 의한 사회주의 정권의 수립을 목표로 투쟁했던 사회주의자들이 있었다.
일제 식민지 체제에서 조선의 독립을 위한 투쟁에 민족주의자들 역시 많은 고통을 겪으며 참여했다. 하지만, 이른바 망명 정부, 해외파로 지칭되는 민족주의자들은 과연 그들이 조선 해방투쟁의 주체였는지를 다시 검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 독립을 위한 가장 강고한 투쟁을 벌인 것은 국내에서 활동한 사회주의자들이었으며, 분단과 전쟁으로 남한에서 괴멸될 때까지 노동자 계급의 이해를 가장 충실하게 반영한 것 역시 사회주의자들이었다.
미국이 점령(!)한 남한에서 해방된 나라의 정권을 잡은 것은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승만 일당이었다. 이승만은 이른바 친미를 넘어 숭미파다. 외국의 힘을 빌어 외교적인 힘으로 독립을 해보겠다는 망상을 가진 이승만은 상해 임시정부에서도 온갖 부정과 말썽을 일으키면서 독립의 걸림돌이었던 썪어빠진 인물이었다.
이런 인간이 영어를 하고, 미국을 우러러 받들면서 미국의 개가 되어 정권을 잡은 것이다.
이승만 독재 정권은 친미파, 친일파로 구성된 부르주아 계급으로, 이 땅의 진보 세력과 민중들을 탄압하고 영구 집권을 꾀하다 쫓겨갔으며, 그 이후는 바로 군사독재의 현대사였다.
박정희가 1961년에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이후,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32년의 세월이야말로 암흑의 시대였으며 고통의 시대였다.
총칼로 짓밟으며 암살, 고문 등 폭력을 동원하고, 수출주도형 산업 재편으로 노동력의 착취를 위한 농업의 붕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구조화, 빈익빈 부익부의 가속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악랄한 제도들이 도입되었다.
결국, 1970년 전태일 열사의 분신은 불씨로 남아 있던 노동 계급 운동의 발화가 되었다.
이승만부터 시작된 독재의 연장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까지 이어졌고, 군부 파쇼에 맞서는 전선은 반독재 민주화 투쟁으로 단일하게 형성되었다.
이때까지는 노동자 계급도, 부르주아 민족주의자들도 오직 하나의 목표로 뭉쳤기 때문에 이데올로기의 투쟁이나 의견 대립이 그리 크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런 이견들이 있었어도 당면 목표인 반독재 민주화 투쟁으로 결집하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1970년, 전태일 열사의 분신은 박정희의 수출드라이브 산업정책이 본격 시작되는 시기였고, 농촌의 젊은이들이 서울로, 대도시로 물결처럼 밀려들어 공장으로, 공장으로 들어갔다.
장시간,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자기 권리를 찾지 못하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알게되고 노동자 계급으로 각성하면서 노동운동이 활발해졌다.
노동자 계급이 공단에서, 공장에서 인간답게 살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동안 사회 민주화 운동은 학생, 청년운동으로 나타났다.
결국 유신의 총칼을 무너뜨린 것도 이런 대중운동의 압력에 굴복한 독재 정권의 내부에서 나왔고, 그 열매를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켜 따먹었다.
전두환 역시 장기집권을 위한 음모를 꾸미다가 민중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치자 노태우에게 정권을 넘겼다. 노태우에서 김영삼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민주화의 발전이 얼마나 더디고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주는 역사의 살아있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군사독재체제에서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했던 인물들에게서 늘 배신을 당했다. 그것은 반독재라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보여준 그들의 모습을 확대해석했기 때문이다. 달리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진보란 그만큼 더디게 움직이는 것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김영삼과 김대중으로 이어지는 정권은, 비록 군사독재 정권은 아니었지만 우익 보수정권의 한계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정권이었다. 양 김씨 정권에서 한 자리씩 해먹었던 자들은 모두 '오야붕' 밑에서 '꼬붕' 짓을 했던-능력과 실력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오직 충성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부하들이었다.
권력을 잡는 것이 정권의 목적-목표가 아니라 목적-이기 때문에, 권력을 잡은 이후에 민중의 삶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들의 목적은 권력을 잡는 것과 그 권력을 휘둘러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이었다. 정권을 잡은 집단에서 늘 권력형 비리가 쏟아져나오는 것을 보라.
그들은 민주화 투쟁을 했다는 명분으로, 자신들이 권력과 함께 부도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부정부패에 관해 아전인수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권력은 곧 자본(자본가)과 결합하여 정치와 경제는 하나가 된다. 마르크스가 설파한대로 국가권력이란 자본가를 위한 위원회에 불과한 것이다.
현재 상황을 보자.
노무현 대통령은 기존의 양 김씨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씨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조금이라도 역사가 진보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일반 서민이었다. 이미 선명한 노동자 계급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있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은 극우 파시스트 집단인 한나라당에 권력을 뺏기는 것을 두려워해 그 차선책으로-또한 노동자 계급의 이념을 따라오지 못하는 보수성 때문에-노무현 씨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노무현 씨가 대통령이 된 후, 여당이 된 민주당->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그들 속에는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했던 재야인사, 야당 정치인, 학생운동 출신들이 꽤 많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이른바 재야 운동권 세력이 정권을 잡은 것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권력을 잡은 이후 어떻게 행동했나?
서민의 입장에서, 노동자의 입장에서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노동자의 권리는 여전히 제약받고 있고, 빈익빈 부익부는 더욱 심해지고 교육, 의료, 복지 서비스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70년대, 80년대, 90년대를 가장 가열차게 치열하게 살아온 것은 노동자 계급이었다. 하지만 그 열매는 모두 부르주아 세력들이 차지하고 노동자 계급은 아주 작은 열매-그것도 자기의 힘으로 쟁취한-만이 남았을 뿐이다.
피와 땀은 노동자 계급이 흘리고, 그 열매는 부르주아 세력이 가져가는-그 대표적인 이데올로그가 바로 유시민을 비롯한 학생운동 출신의 인간들 아니겠는가?-이런 잘못된 사회를 마냥 인정해야 하는가?
노무현 정권 역시 '자본가를 위한 위원회'에 불과하다. 이라크 파병 문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이주노동자 문제, 교육 문제, 노인과 장애인 복지 문제 등 인간의 기본권에 속하는 문제들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노동자 계급을 배신하고 자본가를 위한 선심 정책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한때 노동자를 위한 인권 변호사 소리를 들었던 노무현 씨였지만, 권력의 단맛 앞에서는 돈과 자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둘러싼 소위 민주화 세력들은 이제 그 열매를 따먹고 마음껏 권력을 향유하고 있다. 그들은 이제 군사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던 그 동지들이 아니다.
그들이 권력을 휘두르고, 노동자 계급을 탄압하는 또 다른 '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가 너무 순진하거나 기대를 했던 것일 뿐이다.
이제는 더 이상 부르주아 세력에 기대를 걸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권력을 잡았던 지배집단이 모두 자본가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신물이 나도록 봐오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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