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보수주의자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나라가 있고 국민이 있는 것이다' '국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잘 길들여진 개처럼 자기 울타리 안에서 만족하는 극우 보수주의자들에게는 천금같은 말씀이겠지만, 국가, 인종, 계급을 초월하는 만민 평등과 자유의 세계를 이루려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다만, 현실 속에서 특정한 민족, 특정한 국가의 테두리 안에 있는 한, 그것을 인정하고 올바른 사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뿐이다.
국가는 마르크스가 말한대로 '자본가를 위한 위원회'에 불과할 뿐이고, 자본가들이 자신들의 착취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와 민중은 필연적으로 적대적일 수밖에 없다. 국가는 끊임없이 자유를 통제하고 민중의 삶을 억압하며 특정한 목적-노예 노동-을 위한 재생산을 유도할 뿐이다.
이런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사는 한, 다수의 가난한 민중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불평등한 위치에서 가난을 대물림하고 노예 노동을 이어갈 뿐이다.
흔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평등한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 그들이 말하는 '평등한 기회'라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삶이 아닌, '일하지 않을 자유'와 '굶어죽을 자유' 외에는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사건들이 날마다 벌어지고 있다.
수 백만명이 신용카드 불량자로 낙인찍혀서 전전긍긍하고 있고, 생활이 어려워 가정이 파탄나고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스스로 자살하는 일이 마치 봄에 꽃이 피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날마다 일어나고 있다.
자식이 늙은 부모를 쓰레기 버리듯 버리고, 부모가 어린 자식을 강물에 던지거나 약을 먹여 죽이거나 목 졸라 죽이는 것이 모두 그들의 인간성이 사악하기 때문일까?
인간도 동물이기에 사악한 인간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에게 적대적이지 않다면, 대부분 선한 마음을 가지고 살려고 노력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살벌한 현실은 개개인이 사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자본주의 체제 때문이며, 자본주의 체제가 발생하는 극도의 경쟁, 물질 숭배, 물질 지상주의, 인간의 도구화, 상품화에 있다.
자본주의 체제 이전에 존재했던 공동체 의식은 불필요한 비효율로 낙인 찍혔고 인심, 여유, 덕성, 품성 등은 경쟁, 비교, 물질 우위로 바뀌었다.
이런 구조 속에서 개인이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돈을 많이 벌어서 많이 쓰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콘베어 벨트 위에서 제품을 조립하는 조립공처럼,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며 집과 회사, 집과 학교, 집과 쇼핑몰, 집과 백화점을 오고가면서 물건을 사들이고, 아파트 평수를 늘려가고,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웃거나, 내려가는 것을 보고 울면서, 싸구려 TV 연속극을 보고 울고 웃고, 옆집에서 새로운 물건을 사면 나도 똑같이 따라하는 경쟁을 반복한다.
그러나 이런 우월의식과 경쟁도 끝장이 날 때가 있다.
집안에서 누군가 한 사람이 병에 걸렸을 때.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이 두 가지 경우가 현실로 나타나면, 그때부터 무한 소비와 고통의 늪으로 깊게 빠져들어가 다시는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집안에서 누군가 한 사람이 병에 걸리면,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온 가족이 나서야 하고 치료비, 수술비, 입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팔고, 전세금을 빼고, 카드 빚을 얻어야 하는 형편이다.
이렇게 한 집안이 급격하게 몰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의료보험은 실제로 아무런 도움이 안 되고, 병원에서는 가족들이 돈을 내면서 환자를 간호해야 한다. 이런 엉터리 모순을 잠자코 참고 있는 것이 너무나 이상하지만, 사람들은 마치 실험용 쥐처럼, 온순하게 체념하고 따르기만 한다.
자녀가 학교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다. 모든 과목을 학원에서 배우고, 피아노, 태권도, 외국어를 더 배운다.
학교는 진학을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고 실제 지식을 배우는 것은 학원이다. 매달 학원비로 몇 십만원, 몇 백만원이 들어가고,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학원비도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자식의 학원비, 과외비를 마련하기 위해 파출부를 하거나, 노래방 도우미로 나가 몸을 파는 엄마가 생길 정도로 우리나라 교육은 끔찍한 과정을 거친다.
좋은 대학, 흔히 말하는 일류 대학을 나와야만 사회에서 떵떵거리고 살 수 있다는 70년식 믿음이 아직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대학을 나와도 실업자로 전전하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은 자본주의 체제의 희생자들이다. 자신이 배운 지식을 사회를 위해 활용하지 못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며 범죄 행위임에도 모든 책임은 개인들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국가는 두 가지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국가가 두 가지를 반드시 해결하도록 집요하게 추궁해야 한다.
그것은 국가가 전담하는 의료 서비스와 교육 서비스이다. 모든 국민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국가가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를 무료로 받아야 한다.
이것은 아무런 조건도, 이의도 없이 실행되어야 한다. 의료 서비스를 위한 예산은 가장 우선적으로 배정되어야 하며, 의료 서비스를 위한 의료 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특히 노령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 분명해짐에 따라, 의료 서비스에 필요한 인력도 빠르게 늘어나야 한다. 도시에 집중되어 있는 의료 기관들은 자본주의의 원칙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돈을 목적으로 의료 기관이 설립되는 것은 자본주의의 원칙에는 맞겠지만, 인간의 삶을 위해서는 가장 불행한 일이다. 중소 도시에도, 시골에도 의료 기관과 의료 인력은 충분히 있어야 한다.
자본가들은 의료 서비스도 '자본의 논리'로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극소수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의료 서비스를 '이기적인 도구'로 만든다는 것은 분명 범죄행위이다.
마찬가지로 교육 역시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전부 무료로 서비스해야 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평등한 기회'란 능력 있는 사람이 돈 때문에 도태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무식한 놈이 돈만 많다고 기부입학으로 대학을 나오는 것과, 머리도 좋고, 뛰어난 인재가 돈이 없어 고등학교도 갈 수 없다면 그 사회가 과연 최소한의 기회라도 있는 사회인가?
우리는 이런 사실들이 너무나 상식임을 잘 안다. 누구에게나 말을 해도 쉽게 이해하고 동의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본의 이해관계 때문에 다수가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극우 보수주의자들은 이런 주장을 두고 '공산당'이니 '빨갱이'니 하고 입에 게거품을 물테지만, 이미 선진 유럽의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이런 제도들을 모두 도입해서 잘 활용하고 있다.
무식하고 어리석은 극우 보수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색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모든 정보를 한 가지 색깔로밖에 바라보지 못한다.
국가가 책임지는 의료 서비스와 교육 서비스가 제도적으로 이루어지면, 결국 혜택을 보는 것은 바로 그들의 자식들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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