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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9 22:11

이른바 '웰빙'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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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에 거의 날마다 언급되는 '웰빙'은 과연 무엇인가?
어느날 갑자기 언론에 나타나 마치 태풍처럼 온 나라를 휘젓고 다니는 '웰빙' 바람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잘 사는 삶'인지 따져보자.
'웰빙'의 시작이 미국이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세계 자본주의의 우두머리이자 천박한 양키 자본주의 국가, 폭력으로 세계를 정복하고 있는 제국주의 국가 미국에서 '자연의 삶'을 부르짖는 웰빙이 나온 것은 웃기지 않은가?
세계에서 비만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 비만과 관련한 질병과 그 질병으로 죽는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 쓰레기 음식(정크 푸드)이 가장 풍성한 나라. 환경 정책이 가장 열악한 나라. 이산화탄소 발생이 가장 많은 나라. 세계에서 인구대비 전력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나라...
이를테면, 미국이라는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나라인 것이다. 폭력으로 힘없는 나라를 공격해 무수한 민중들을 학살하는 나라. 인종차별이 가장 심각한 나라. 빈익빈 부익부가 가장 심각한 나라...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이런 미국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웰빙'이 탄생한 것은 필연적인 아이러니다.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되어 있는 한, 개인은 죽을 때까지 노예의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 평범한 개인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예가 아닌, '인간'의 삶을 살려면 로또 복권에 당첨되거나 사업에 성공해 자본가가 되거나, 정치가가 되는 것 외에는 없다.
보통의 인간은 '직장'에 매이거나 고소득자라 할지라도 평생 걱정없이 먹고 살 수 있는 상위 10%를 제외하면 90%의 인간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돈의 노예가 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는 끊임없이 경쟁을 강요하고, 살기 위해서 돈을 벌도록 강요하며 돈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도록 몰아세우고 있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쇼핑몰(백화점, 할인매장 등)에서 소비하는 시간을 '휴식'으로 인식할 정도다.
부모들은 맞벌이로 하루 14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야 하고, 어린이들은 갓난 아이때부터 놀이방, 어린이방, 유치원을 전전하며 '사육'당하고 있다.
도시는 빽빽한 인구밀도, 똑같은 아파트, 똑같은 평수, 똑같은 자동차로 규격화된 '핵가족'들이 동네의 작은 공원과 백화점과 할인매장을 오고가며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무수한 실업자들의 고통이 심각한 사회 문제임에도, 국가는 결코 실업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실업자는 '산업예비군'으로 늘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업자가 아닌 사람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행복하게 여기며 적은 임금을 쪼개 대출 이자를 갚고, 청약 저축을 하며, 도움이 될 지도 모를 보험금을 낸다.
아이들의 양육비, 학원비, 학습지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중산층'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한다.

'웰빙'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상품이다.
하류층은 중산층을 쫓아가려고 기를 쓰고, 중산층은 상류층을 쫓아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웰빙'을 비롯해 모든 트렌드는 상류층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는 유명 메이커의 사치품들이 상류층에서 시작해 중산층으로 전이되는 것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몇 백만원, 몇 십만원짜리 손가방을 사는 것이 유행이 되고, 돈이 없는 사람들은 이른바 '짝퉁'이라도 사서 대리만족을 얻는다.
'웰빙' 역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라는 기치를 앞세운 고도의 상술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극히 적지만, 자본의 상술은 사람들에게 '환상'과 '기대심리'를 갖게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하는 물음부터 하는 것이 순서지만, 사람들에게 그런 비판의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은 언제든 가능하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성을 위해서라도 많은 돈을 투자할 마음이 있다. 음식, 생필품에서 가장 값비싼 것을 선택하고, 가장 쾌적한 환경에서 살며, 가장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 '웰빙'은 이미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웰빙'이라는 이름으로 유기농산물, 깨끗한 물과 공기, 자연친화적인 주거 생활, 저전력, 무공해의 가전제품들, 각종 운동과 운동 기구, 여행 등 무수한 상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자신들이 '중산층'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이런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곧 상류층과 같은 문화를 누리는 것이라고 생각해 허겁지겁 상품을 구입한다.
비싼 유기농산물을 백화점에서 구입하고, 환경호르몬이 없는 집을 만들기 위해 돈을 들이고, 기를 쓰고 여행을 다니거나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을 찾아다니며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고 자기만족에 도취한다.
정작, 가난한 시골 사람들이 자의반 타의반 누리며 살고 있는 삶을 도시 사람들은 비싼 돈을 지불하며 상품으로 사고 있는 것이다.
'웰빙'이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대안이 아닌, 자본주의의 상품으로 포장되어 팔리는 한, 그 소비자인 중산층과 도시 서민들은 끝없는 소비의 연결고리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진정한 웰빙은 스콧 니어링이 말한대로, 소비를 줄이고 검소하고 소박한 삶을 사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가능하면 소비를 줄이고, 자본주의의 소비적인 삶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웰빙'이 시작되는 것이다.
웰빙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살펴보면 본질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웰빙을 부르짖어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과연 누구인가?
웰빙을 쫓아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지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웰빙을 따라가면 정말 행복해질 수 있는가? 웰빙을 하려면 돈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가?
이런 것들을 좀 따져보고 결정하기를 바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박한 의식 수준임을 감안할 때, 그 천박함이 곧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는 개인의 천박함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 의식화하고 있고, 정치, 경제, 교육, 언론 등 전방위적인 의식화가 곧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기본이 되는 것이다.
웰빙은 물론이고 어떠한 트렌드라도 '돈'이 되는 것이라면 상품화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속성임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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