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병원 입원실 한쪽 벽에는 예쁜 아가가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커다랗게 실린 달력이 걸려 있습니다.
출산을 준비하며, 또 고대하며 기쁘게 보았던 그 사진이
그제(그저께, 2001년 4월 14일, 토요일)는 아주 큰 슬픔으로 우리 가족에게 다가왔습니다.
수술을 기다리며 링겔 주사를 꽂고 누워있는 엄마 옆에서 똥이는 벽에 걸린 달력 속의 아기 사진을 가리키며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빠! 저게 쌍이야?”
"......"
순간 똥이아빠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애써 외면하며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대답해 주더군요.
"아니야, 쌍이 아니야!"
......
임신 진단을 받은 것이 2주 전인 3월 31일. 토요일
건강하고, 아무 이상 없으니 걱정 말라던 의사 선생님의 진단.
2주 후에 오면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들려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이제 갓 태어나 새빨간 얼굴로 쌕쌕 잠들어 있는 아기들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할 만큼 기분 좋은 느낌에 빠졌었습니다.
입덧으로 울렁이는 속을 쥐어짜면서도 미래의 우리 가족이 될 쌍이를 고대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동생이 생기면 가장 큰 변화를 겪는다는 똥이에게 적응력을 키워준다고 엄마 뱃속의 쌍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똥이는 동생 생겨서 너무나 좋겠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려주었습니다.
'똥이는 싫다'고 고개를 가로 젖던 녀석이 어느 사이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었습니다.
이웃 사람들이 동생 이야기를 하면 고개를 끄덕일 정도가 되었고, 놀이방 원장선생님도 동생이 생기면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는데 똥이는 거의 변화가 없다고 칭찬도 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아기의 심장소리를 듣는다는 기대에 들떠 똥이와 똥이아빠가 총 동원되어 방문한 2주 후의 병원에서 똥이네 가족은 너무나 갑작스럽고, 생각지 못했던 진단을 받아야 했습니다.
검사를 마치고, 상담실에 마주앉은 자리에서 의사 선생님을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야기 했습니다.
"아기의 심장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
'아기 심장 소리를 들려주신다고 했는데, 깜빡하셨나보다'고 가볍게 생각하던 똥이엄마의 귀에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태아 사진을 쳐다보고, 또 쳐다보고, 의사 선생님의 얼굴과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 앞에 우리 가족은 직면하고 있었습니다.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부패한다’는 이야기까지 덧붙여졌습니다.
‘임신이 더 진행된 상태에서보다는 차라리 지금 이렇게 된 것이 오히려 다행일 수 있다‘는 위로를 덧붙여 주십니다.
......
그렇게 쌍이는 우리 가족에게 다가온 지 2주만에 다시 우리 가족의 곁을 떠났습니다.
그저 임신이거니 하고 받아들였더라면 이런 실체감은 덜 했을 것 같습니다.
‘쌍이’라는 이름까지 지어 부른 아기는 똥이아빠가 그렸던 쌍이의 형상과 함께 자꾸만 똥이엄마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엄마의 뱃속에서 겨우 8주의 생을 마감하고 저 세상으로 떠난 우리의 아기 ‘쌍이’.
이제 쌍이에게 작별 인사를 합니다.
“쌍이야!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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