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공부해”
퇴근한 아빠를 붙들고 똥이는 지금 흥미진진합니다.
커다란 스케치북을 펼쳐놓고, 크레파스 가방을 열고,
빨강, 파랑, 노랑.....
'덜컹덜컹' 커다란 손으로 흙을 퍼 올리는 땅차(포크레인),
'삐뽀삐뽀' 빨강 파랑 경광등을 울리며 달리는 경찰차,
뚜뚜~~ 연기를 뿜으며 출렁이는 바다를 항해하는 배,
빨강, 파랑, 노랑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
할머니 손을 꼭 잡고, 한쪽 팔을 번쩍 들고 건널목을 지나는 똥이,
엄마 아빠와 함께 먹은 왕새우(대하)도 있구요, 커다란 집게발을 자랑하는 ‘게’도 그립니다.
“똥이 어제 할머니랑 강남 시장에 놀러갔었니?”
아빠의 질문에 똥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응, 강낭시장 가서 감 사 머거써”라고 답합니다.
“응, 빨갛게 익은 홍시 감을 사 먹었구나, 아빠가 그려 줄께요”
아빠 곁에서 두 눈을 반짝이며 ‘공부(?)’에 열중하던 아들녀석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벌떡 일어나더니
거실 한 귀퉁이로 가선 무언가를 집어오는 시늉을 합니다.
그리고 엄마에게 꼭 쥔 주먹을 내밀며 말합니다.
“엄마, 감 머거요, 껍질 까서 먹어요.”
*.*....
아빠는 휴무, 엄마는 출근해야 하는 토요일.
아셈회의 덕(?)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엄마를 위해
이아빠와 똥이가 전철역으로 배웅을 나가주었습니다.
엄마 무릎에 꼭 안겨서 가던 똥이녀석
지나가는 버스를 보고 "뽀스 아저씨 어디 가?"
신호등 없는 사거리에서 대기하는 아빠에게 "아빠 머 해?"
골목길, 후진으로 거리주차장에서 빠져나오는 차를 향해 "머야, 엄마?"
신호등에 대기하고 있는 아빠에게 "아빠, 운전 안 해?"
.......
온갖 참견과 궁금증을 쏟아놓으며 목적지인 부천역 앞에 닿아습니다.
빵빵 타고 엄마 아빠와 놀러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 똥이에게 엄마는 미리 이야기 해줍니다.
"똥이야! 엄마는 오늘 출근해야 해요.
조금 있다가 돌아와서 똥이랑 놀아줄테니 아빠하고 재미있게 놀고 있어요."
....
아마도 엄마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똥이에게 세상은 너무나 흥미롭기 때문이겠지요.
녀석을 차에 남겨두고 떠나려는데 엄마와 헤어지지 않겠다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매달립니다.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기에 엄마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엄마 회사 갔다 금방 오겠다’는 설명에도 녀석은 막무가네입니다.
- . -.......
도저히 울음을 그치지 않을 것 같은 똥이녀석, 아빠의 한마디에 서럽던 훌쩍임이 뚝 멈췄습니다.
“똥이야! 아빠하고 영화보러 가자.”
“헤헤! 야, 신난다~~~~~~~~.”
눈물이 범벅인 새빨간 얼굴로 웃고있는 똥이의 배웅을 받으며
엄마보다 영화가 더 좋은 아들녀석을 뒤로하고,
배반감에 쓰린 마음(^.^)을 다독이며 똥이엄마는 출근길에 오릅니다.
엄마보다 영화가 좋은 똥이와 세상 배우기 25개월 20일째 날에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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