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는 하루의 많은 시간을 할머니와 지냅니다.
칠순을 훨씬 넘긴 할머니는 젊으실 때부터 갑상선을 앓고 계십니다.
이 병은 짜증이 자주 나고, 쉬 피로해지는 병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똥이 할머니는 온 기운과 정성을 다 쏟아 똥이와 놀아주시고, 화도 내지 않으십니다.
똥이를 보는 것이 세상에 사는 가장 큰 보람이고 행복이라고 늘 말씀하십니다.
똥이엄마가 퇴근해 집에 들어가면 할머니는 그날동안 똥이가 벌인 각종 헤프닝과 말썽에 대해 푸짐하게 풀어 놓으십니다.
할머니의 이야기만으로도 똥이엄마는 똥이가 어떻게 놀았는지를 그려볼 수 있습니다.
그런 할머니가 요즈음 많이 아프십니다.
기침 감기에 걸리셨는데, 바튼기침이 너무 심해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고, 음식도 잘 못 드십니다.
집안살림과 똥이 보살피는 일을 도맡아 해주시는데,
요즈음은 너무나 기운이 없으셔서 똥이를 잘 상대해주지 못하는 눈치입니다.
아침을 먹고 오전 11시쯤이면 관리사무소 앞쪽에 있는 아파트 상가로 놀러나가는 것이 할머니와 똥이의 매일같은 스케줄입니다.
그곳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점심도 드시고, 시장에 쇼핑도 가고, 또 주변을 산책하며 그렇게 하루를 보내십니다.
그런데 어제는 하루종일 방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으셨답니다.
움직이는 것이 귀찮아 다른 때 같으면 요쿠르트 아줌마의 방문과 이웃 동에 사는 할머니가 놀러 오는 것을 즐기셨는데, 그 날은 밖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도 모른 척 하셨답니다.
똥이는 옆동 할머니한테 전화 걸어달라, 영걸칭구 나왔다, 아이스크림 사 달라, 커피껌 사 달라, 초콜릿 사 달라.....
그렇게 할머니를 밖으로 유인하려 애썼지만 그 날은 꿈쩍하기도 싫어 모른척 하셨다는 것입니다.
엄마, 아빠가 퇴근해 집에 도착하니 똥이는 할머니 방에서 곤하게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저녁을 배불리 먹은 똥이는 '배가 불러 자야겠다'며 쓰러져 잠이 들었답니다.
똥이엄마는 할머니와 똥이 모두 너무나 안쓰럽습니다.
아프셔도 돌봐드리지 못하는 것이 그렇고, 하루종일 집 안에 갇혀 놀아야 되는 똥이가 또 몹시 안타깝습니다.
그럴 때마다 똥이엄마는 개인에게 온전히 맡겨진 우리의 육아와 양육 시스템을 원망하는 맘이 생깁니다.
노후의 프로그램이 전무한 우리 삶의 현실이 암울하게 느껴집니다.
누구나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무료로 탁아, 육아, 유치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선진국의 환경이 몹시 부럽습니다.
젊은이들 못지않게 라틴댄스도 배우고, 수영과 골프도 즐기며
또, 일자리를 갖기도 하는 등 스스로를 위한 삶을 찾아 즐기는 그런 노후의 삶이 아쉽습니다.
'여성 노동자 몇 백명 이상 근무시 육아시설 의무' 운운하는 실효성 없는 우리의 육아정책이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사회적 책임과 시스템에 대해 무지한 우리의 엄마, 아빠에게도 화가 납니다.
노동조합을 통해 '직장 탁아소 설치를 사원복지로 추진하자'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코웃음치던 동료 남자 직원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들은 왜 직장 탁아소를 여자 직원만을 위한 복지로 생각했을까요?
똥이아빠 회사에라도 그런 복지시설이 생기면 좋겠다고 똥이엄마는 속으로 생각합니다.
똥이아빠 회사에도 앞으로 육아를 걱정해야 할 직원들이 많아질 테니까요.
지난해 겨울 할머니가 몹시 아프셨을 때 썼던 방법대로 집안 일을 도와줄 사람을 써야할까,
아님, 똥이를 놀이방에 맡겨야 할까, 요즘 똥이엄마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오락가락 합니다.
-.-......
육아고민 25개월 16일째 날에......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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