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yesterday 132
visitor 112,427
댓글 0조회 수 1204추천 수 0
?

단축키

이전 문서

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이전 문서

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경찰, 파시스트 그리고 비겁자


  여름이 시간의 그늘 뒤에 숨어있다가 성큼 다가선듯 했다. 오늘(5월30일)
모처럼 토요일 오후의 한가함을 만끽하며 어린이 대공원으로 향했다.  어린
이 대공원, 여기에도 나의 지난 추억은 남아있다. 세상에 첫발을  내딛은지
얼마되지 않아 한창 철없던 그때, 어린이 대공원 후문에  있는  선화예고의
리틀엔젤스 회관을 지을때 나는 그 현장에서 일을 했다. 나와 비슷한  또래
의 학생들이 춤과 노래와 그림을 그리며 '예술'을 배우기 위해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못다한 배움에 대한 갈망과 열등감으로 독서회에  나가자
는 형의 권유에도 망설이고 있었다. 세상은 낯설었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낯
설었고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해  하루  세끼,
맨밥에 마아가린과 간장만으로 밥을 지어먹고 하루 스물  네시간을  현장에
서, 현장의 눅눅하고 습기찬 어두운 지하 임시 칸막이  움막에서  시커멓게
살찐 쥐들과 함께 내 푸르른 인생을 보냈다.
  내 인생에는 목표와 희망도 없었고 환멸과 회의와  열등감이  먹구름처럼
내려앉아 있어서 노동이 더없이 무의미했다. 그나마 일요일마다 나가는  독
서회가 내 삶의 존재를 일깨워 주었고 뭔가 의미가 있는듯 했다. 하지만 그
것은 나의 오만하고 편협한 착각이었다. 나는 현장에서 반장에게 '무능력하
고 쓸모없는 놈'으로 낙인찍혔고 이 말은 철없는 나에게도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쓸모없는 놈이었다. 적어도 그 나이, 그 상황에서 나를  지
탱하고 있는 것은 배움에 대한 열망뿐이었으며 인생에 대한 절박함과  책임
을 느끼기에는 너무 어렸다. 바로 그러한 시기에 나는 어린이 대공원을  단
한번, 그것도 현장에 일거리가 없어서 후문 뒷담을 넘어서  들어가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이제 십 여년, 싱그러운 바람이 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들어간
어린이 대공원의 분수는 시간이 멈춘듯 그대로였고 푸른 잔디와 장미, 이국
적인 동물들이 들어있는 우리가 인상적이었다. 팔각정  밑의  꽃시계까지도
변함이 없어보였다. 반갑고 신기했다. 여유있고 넉넉한 마음으로, 잠시나마
세상의 근심을 잊고 오후의 시간을 즐겼다. 초여름의 따가운 햇살과 풀내음
이 섞인 싱그러운 바람이 시간을 뒤로 돌려놓은듯 마음을 부풀어 오르게 했
다. 하지만 여기 어린이 대공원에 오게된 동기는 다른데 있었다. 그저 바람
을 쐬기 위해서라면 경복궁이나 덕수궁이 더 가깝고 좋을 수도 있었다.  그
러나 오늘 공해없애기 특별공연이 여기에서 있다고 하여  일부러  찾아오게
된 것이다. 민예총 등 민중운동권과 시민단체에서 공동으로 기획하고  준비
한 이번 공연은 여러가지로 뜻이 있는 공연이었다.
  우리는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었고 기대를 가지고 들어갔
다. 공연장 입구에는 공해관련 사진과 포스터가 전시되어 있었고  환경서약
서도 받았다. 우리는 절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겠다는 서약을  스스로  했
다. 환경오염의 정치경제학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말을 할 시간이 있겠
지만 환경과 민중의 생존권은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이다.
  작은 배지를 가슴에 달고 공연장에 앉은 우리는 서수남씨가 사회를  맡은
공연의 1부를 즐겁게 보았다. 공연은 모두 2부로 나뉘었는데, 1부에서는 이
른바 인기가수들이 나왔다. 김민우, 조갑경, 신형원 등이 나왔는데, 더  나
와야할 가수들이 나오지 않았다.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으나 일단 약속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다시 정문으로 나갔다. 이때가 오후 6시 30분.  매표소
에서는 표를 팔지않았고 문밖에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나도 사람을  만나
기 위해 문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시 들어올려고 하자 문을 지키던  아저
씨가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그러고보니 문 주위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바
로 공해추방공연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나는 적당히 눙쳐서 - 여기서 내가 어떻게 했는지는 접어두자 - 일단  들
어왔다. 그리고 곧장 공연 실무자를 만났다.
  "지금 정문 밖에는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와 있는데  공연실
무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내가 물었다. 그러자 그 실무자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알지만 지금 어쩔수가 없군요. 저기 보시면 알겠지만 경찰들이  와
서 공연을 방해하고 있어요. 저녁 9시까지 공연이 준비되어 있지만  그것도
7시 30분까지 밖에 못하게 되었어요."
  "아니, 이런 대중공연도 경찰이 방해를 한단 말입니까?"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되물었다.
  "그러니 한심한거죠. 어쨌거나 밖에 계신분들은 들어와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습니까. 경찰이 방해해서
지금 공연이 안되고 있다고 말입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공연관계자만 원망하고 있을 텐데요."
  이렇게 해서 공연 2부도 민중가수들의 등장과 합창으로 간단하게 끝이 나
고 말았다. 정확하게 7시 30분이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고 화가 치밀었
다. 환경을 보호하자는 운동도 체제를 전복시키는 세력이 될 수 있다고  믿
는 우리나라의 경찰들. 감시와 협박으로 공연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 무서운 사회가 과연 '민주주의' 사회인가. 나는 이 공연이 중단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나 상황을 잘 모른다. 그러나 공연 관계자에게 직접들은 것
을 믿으며 경찰의 압력과 방해공작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장  뒤
에는 사복경찰들이 무전기를 들고 있었으며 관객들도 없었다. 정문에서부터
방해가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민간단체에서 공해추방운동을 하면 안되고
환경처에서 환경관계문제를 독점해야 하는가. 아마 그런 면에서 눈에  거슬
린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마치 통일이 정부의  주도하에서만  가능하도록
그 걸레같은 국가보안법을 여전히 끌어안고 민간의 통일운동을  막고  있는
것처럼. 그렇다면 이것은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라도 왜 공연을 가로막았을까. 공연을 마음대로 못
하게 한 것에 대해서 어떠한 이유와 변명을 할지 나로서는 궁금하다.  경찰
은 시민들의 안전을 너무 걱정한 나머지 여러사람이 모이는 것을 막았던 것
일까. 어린이 대공원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하는 공연도 그렇게 방해를 하
고 시간을 단축하도록 압력을 넣을 정도이니 다른 것은 말해서 무엇할까.
 
  경찰의 개입으로 공연이 일찍 끝나버리고 말았다. 그  덕분(?)에  우리는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며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다. 경찰에게 고맙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이틀이 지나고 바로 오늘, 나는 다시 경찰의 진면목을 보
았다.

  신도시가 들어서 있어서 넓은 차도에는 차도 별로 다니지 않았다. 사람들
은 횡단보도가 없는 곳에서도 곧잘 길을 건너 다녔는데, 오늘 단속  경찰에
게 걸리고 말았다. 정말 재수 더럽게 없는 날이다. - 이 말은 범죄를  저지
를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 재수가 없어서 걸린 것이지 자신이  잘못
한 것은 없다?
  나와 함께 길을 건넌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
를 듣고는 도망쳐 버렸다. 나는 도망을 하지 않아서 고스란히 당하고  말았
다. 정말 재수 더럽게 없다. 도망하지 않아서 범죄자가 되다니.
  게다가 경찰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았다고 구류를 살리겠다는 등 차마 민중
의 지팡이로서는 입에 담을 수 없는 공갈 협박을 당했다. 길을  무단횡단한
것이 죄라면 큰 죄지만 그 죄가 얼마나 큰지 구류를 살아야 한다? 여러분도
생각해보라. 구류를 살만큼 큰 죄인지.
  3000원짜리 벌금딱지를 받으면서도 잘못했다고 고개를 굽신거리며 용서를
빌었다. 더럽고 파렴치한 나의 모습이여. 이 비겁한 인간에게 야유와  모욕
과 저주를 퍼부어주시기를!
  경찰이라면 몸에서 두드러기가 나는 체질이라 어쨌거나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서 고개를 숙이며 용서를 빌었지만 나는  나오면서  구역질이
났다.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였던 때가 단 한번이나 있었던가. 총으로  사람
을 쏴죽이고도 멀쩡하게 풀려나오는 현실이고 사람을 경찰서 안에서 때려죽
이고도 멀쩡한 세상이니 이제 시민이 경찰을 믿는다는 것은 세계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그저께 어린이 대공원에서 경찰 때문에 공연이 중단된 것도 화가 나는데,
오늘 비록 내가 잘못하기는 했지만 무수히 건너는  무단보행자들을  보면서
나만 - 그래도 내가 항의를 하자 한 명을 더 잡았다 - 걸려서 벌금을 물고,
- 사실 벌금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 치욕, 구역질! -  내  스스로  비겁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
  부디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이 어리석고 비겁한 인간에게  모욕을  주시
길!

  끝으로 한마디, 서양에서 흔히 하는 욕 가운데 하나로 아주 지독한  욕이
'파시스트 돼지같은 놈'이다. 이 말이 어디에 들어가야 하는지  망설이다가
또 비겁한 모습으로 글을 마친다.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 국기에 대한 맹세   공백 2011.02.10 835
» [자료] 경찰, 파시스트 그리고 비겁자   공백 2009.12.03 1204
25 [자료] 반성과 전망   공백 2009.12.03 1112
24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   kongbaek 2007.10.07 2282
23 전태일 일대기   kongbaek 2007.05.23 2323
22 부동산 매매를 통한 공공기금의 확보와 활용   kongbaek 2007.02.04 2178
21 아들 동훈이를 대안학교에 보낸 홍승우 화백의 글을 읽고   kongbaek 2007.01.29 2187
20 미국 911 테러의 진실을 밝혀라   kongbaek 2007.01.29 2699
19 민중은 누구일까?   kongbaek 2007.01.29 1865
18 초고층 아파트를 위한 찬가   kongbaek 2007.01.29 2096
17 '아름다운 자본주의'가 낳은 '행복한 결과'   kongbaek 2007.01.29 1919
16 에너지 위기와 대책   kongbaek 2007.01.29 1551
15 민주화 운동의 열매를 따 먹은 자들   kongbaek 2007.01.29 1569
14 '공짜신문'의 문제점   kongbaek 2007.01.29 1578
13 국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두 가지   kongbaek 2007.01.29 1519
12 이른바 '웰빙'의 정체   kongbaek 2007.01.29 1501
11 이라크 파병 반대를 위한 총파업 투쟁   kongbaek 2007.01.29 1304
10 김선일 씨 살해와 더러운 정권   kongbaek 2007.01.29 1419
9 한국인 납치와 이라크 전쟁   kongbaek 2007.01.29 1386
8 실업예비군의 전략적 배치와 대안   kongbaek 2007.01.29 1451
Board Pagination ‹ Prev 1 2 Next ›
/ 2
Designed by hikaru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스케치북5

SketchBook5,스케치북5

SketchBook5,스케치북5

SketchBook5,스케치북5

SITE LO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