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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동훈이를 대안학교에 보낸 홍승우 화백의 글을 읽고


재미있는 우연이지만, 홍승우 화백의 아들 동훈이와 우리 아들 규혁이는 나이가 같습니다.
한겨레 신문에 비빔툰을 연재할 때, 동훈이가 성장하는 모습과 규혁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에 감탄하고 했습니다.
홍승우 화백 덕분에 우리 아이의 육아일기를 따로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닮은 점이 많아서 흐믓했습니다.

하지만, 유치원 이후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두 아이가 가는 길이 조금씩 달라졌나 봅니다. 홍 화백도 한겨레신문에 연재를 중단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리던 기간이었을 겁니다.

홍 화백이 동훈이의 학교 선택에 고심을 하셨다면, 저희는 처음부터 저희 부부의 선택에 따라 지금 살고 있는 곳에 있는 분교에 아이를 보냈습니다.

동훈이가 겪었을 몸과 마음의 힘든 상황은 규모가 큰 공립학교라면 거의 예외없는 공통점이라고 봅니다.
그러니 도시에 살고 있는 그 수 많은 어린이들이 날마다 보이지 않게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학원으로,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리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모든 가족의 불행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동훈이가 일반 공립학교에서 적응하기 어렵고 '왕따'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음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런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는 더 많은 어린이들은 어떻게 될까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대안학교에 보내는 것으로 아이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것도 좀 '이기적'인 생각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홍 화백님의 선택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의 교육 환경에서 '대안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은 크게 두 가지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가지는 공교육에서 이탈해야 하는 어려움입니다. 공교육이 입시 경쟁 위주의 치열한 경쟁을 전제로 하는, '공부 기술'을 가르치고, 어린이에서 청소년 시기를 몽땅 소모적인 경쟁으로 몰아 넣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대열에서 이탈하기를 두려워하는 부모들 때문에 교육 제도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경제적인 어려움입니다. 홍 화백도 말씀하셨듯이, 대안학교에 보내려면 공립학교보다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돈이 없으면 '대안학교'에 보내고 싶어도 보낼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 '대안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많은 부모들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대안학교'가 이른바 선택받은 아이들을 위한 학교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입니다.
사실, 이런 비판이나 비난은 좀 억지스럽기도 합니다. 나라에서는 '대안학교'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학교에 재정 지원을 해주어야 함에도 지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가 살고 있는 곳은 경기도 양평의 시골 마을입니다. 저희가 이곳에 정착한 것은 서울과 가깝고, 출퇴근을 할 수 있고, 시골 마을이고, 내 집을 짓고 살 정도의 여유가 되었기 때문이지만, 마을에 분교가 있었던 것이 큰 이유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저희가 전에 살던 도시의 아파트에 그대로 살았더라면, 홍화백님과 똑같은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시골로 이주를 했고, 아이를 시골 분교의 병설 유치원과 분교에 보내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의 선택이 최선이나 최고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도시의 공립학교는 구조적으로 어린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자질이나 능력을 떠나서, 한 교실에 너무 많은 학생이 있고, 학교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열악하고, 학교의 친구들이 모두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고...
이런 환경에서 자기의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학교 생활을 하리라고 믿는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부부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희는 아이가 학원을 전전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초등학교 시기는 아이가 마음껏 뛰어 놀고 자연과 늘 가깝게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많은 부모들과 조금 다른 생각을 하면 '그래, 너 잘났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곳 분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의 부모들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대안학교에 보내는 것은 용기와 함께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대안학교에 보내지 않고도 대안학교에 보내는 정도의 효과를 얻으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그것이 더 괜찮은 방법이겠죠?
초등학생을 대안학교에 보내려면 집이 대안학교 근처에 있어야 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아이를 가족과 떨어져 있게 할 부모는 극히 드물 겁니다.
저희가 살고 있는 마을 근처에는 대안학교가 없어서 선택의 여지도 없습니다만, 분교에 보내면 대안학교에 보내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습니다.
전교생이 서른 명 남짓이어서 다 모여도 도시의 한 한급이 될까말까 합니다. 이 어린이들이 아침이면 운동장에서 한바탕 축구며 줄넘기며 배드민턴이며를 하고, 학교에 딸려 있는 밭에서 고구마, 옥수수, 호박 등을 키웁니다.
학교 주위는 산으로 둘러 싸여 있고, 학교 바로 앞과 옆으로 개울이 흐르고 있어서 여름이면 자연스럽게 물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분교라고는 해도 엄연히 공립학교니까 교과 과정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도시 학교처럼 빡빡한 교과 과정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부모들이 이런 환경과 학습 과정에 동의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분교의 공교육은 도시 학교에 비해 여유가 있다고 봅니다.
어린이들의 학력과 학습 내용에 관심이 많고, 학업 성취를 기준으로 본다면 분명 단점도 많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학교를 보내느냐에 따라 호불호, 장단점이 분명하게 드러날테니까요.

동훈이가 다니고 있는 대안학교만큼은 안되겠지만, 분교의 생활도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봅니다. 대안학교에서는 부모들의 참여가 매우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좋게 해석하자면 부모와 어린이가 함께 배우고 가르친다고 할 수 있지만, 부모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교육 환경이라는 말도 들을 수 있겠습니다.
또한, 부모가 모두 직장에 다니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대안 학교'를 다닐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겠지요.

이곳 분교에서도 학부모들이 학교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봄과 가을에 캠핑을 열고, 운동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학교에 있는 은행나무에서 은행을 터는 은행축제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이런 일들을 즐기고 있습니다. 도시의 학교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고,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들을 시골의 작은 분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교에 다니는 걸 자랑하냐구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저희와 생각이 다른 부모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아이의 행복과 불행의 근원이 부모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부모들이 현재의 질서-치열한 경쟁, 대학 입시, 대기업 위주의 취업-에 순응하는 한, 아이의 불행은 사회의 불행으로 끝없이 이어질 것으로 여겨집니다.
즉, 아이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라고 보는 것입니다. 부모가 경쟁의 체바퀴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도시에서 아파트 값이 올라가는 것만 신경 쓰며, 아이를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리고, 시험 점수에만 연연하는 한, 그 부모의 아이는 몸과 마음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겠지요.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구요? 홍화백님이 그렇게 하신 것처럼, 다른 많은 부모들도 다른 사람의 눈치볼 필요 없이 실천을 하면 된다고 봅니다.
직장 때문에, 아이의 학교 때문에, 학원 때문에, 아파트 값 때문에, 시골이 무조건 싫어서, 공교육을 받지 못하면 아이가 도태될까봐 두려워서...등등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이기적인 부모가 이기적인 아이를 만들고, 탐욕스러운 부모가 탐욕스러운 아이를 만드는 것은 '콩 심은 데 콩난다'는 이치와 똑같은 거겠죠. 누구도 그들을 바로 잡지 못할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깨닫는 사람만이 이 지독한 경쟁 사회에서 발을 빼는 거겠죠. 경쟁의 체바퀴에서 발을 뺄 때, 그것을 도태나 탈락이 아닌, 삶의 여유로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행복할테구요.

말이 길었습니다만, 이제라도 동훈이가 대안학교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홍화백님의 글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우리의 아이들이 지독한 경쟁의 굴레에서 소모품이 되지 않을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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