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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이 땅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낡은 것, 오래 된 것, 허름한 것들은 모두 헐어버리고 초고층 호화 아파트를 세우느라 정신이 없다.
누구를 위한 아파트인지, 왜 그렇게 높게만 세워야 하는지, 왜 그렇게 비싸야 하는지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무조건 높이, 무조건 많이, 무조건 비싸게 짓는 것이 진리다.
서울은 물론이고, 서울 외곽의 무수한 신도시와 위성 도시들, 지방의 크고 작은 도시들마

다 유명 브랜드의 이니셜이 붙은 아파트 건물이 비온 뒤의 죽순처럼 쑥쑥 자라고 있다.
그 아파트들은 가난한 서민의 보금자리도 아니고, 독거 노인이나 장애인이나 소년소녀 가장이나 미혼모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보금자리는 더더욱 아니다.
마치 연금술처럼 금가루(자본)를 뿌리자 거대하게 솟아오르는 금덩어리(아파트)처럼 자본의 마술이 빚어내는 탐욕의 결과물일 뿐이다. 아파트는 '주거' 개념의 '집'이 아니다. 아파트는 도시인들의 탐욕과 욕망이 빚어낸 거대한 아이콘일 뿐이다. 아파트는 단지 투자와 이윤의 도구로 전락했고, 평당 단가와 프리미엄으로 계산되는 물건일 뿐이며, 강남과 강북, 분양과 임대, 넓은 평수와 좁은 평수로 가르는 빈부의 확인 수단이며, 가족 이기주의와 인격의 소외를 부추기는 폐쇄된 칸막이일 뿐이다.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도시 빈민들의 보금자리를 돈과 폭력으로 빼았고 그 자리에 초고층 호화 아파트를 지었다. 돈을 쫓는 부나비들이 저마다 '이윤'을 위해 투기를 하고, 권력과 자본은 땅과 아파트를 가지고 경제성장의 지표로 삼았다.
평범한 노동자의 월급으로는 몇 십년을 모아도 서른 평 아파트를 구입할 수 없고, 전세 사는 도시 서민은 올라가는 전세금과 집값 때문에 삶의 좌절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그러나 아파트는 계속 올라간다. 초고층 호화 아파트로 가격이 올라가고, 층수가 올라가고, 프리미엄이 올라가고, 브랜드의 이미지가 올라가고, 텔레비전 방송에서 '세련된' 이미지 광고가 올라간다.
유명 브랜드의 아파트들은 하나같이 '웰빙'이며 '친환경'이며 '휴먼 스페이스'며 '고향집'

이다. 광고 모델들은 대중의 욕망을 대리하는 미모의 탤런트나 영화배우이고, 그들 '스타'의 이미지는 '아파트'의 이미지와 중첩된다.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야 할 집은 없어도, 초고층 호화 아파트는 더 많아진다. 한 사람이

수십, 수백채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을지언정, 13평짜리 서민아파트에도 못들어가는 사람들은 단칸 셋방에서 연탄가스를 마시고 죽어나간다.
도시에는 더 많은 아파트가 들어서야 한다. 그것도 가능한 높고, 가능한 호화로운 아파트

들이. 마침내, 시간이 흐르고 아파트가 낡아가기 시작하면, 엘리베이터 작동이 멈추고, 상수도가 터지고, 하수도가 막히고, '인텔리전트'한 '디지털' 보안체계가 오작동한다.
먹을 물을 얻기 위해 수십 층 아파트를 걸어 오르내려야 하고, 변기가 막혀서 똥을 위에서 아무렇게나 내던져야 하고, 길바닥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지천으로 널려있고, 오물과 썪어가는 냄새가 밀집된 아파트 단지에 진동을 한다.
위대한 '아파트 신화'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닭장같은 콘크리트 건물에 수 백, 수

천명이 밀집해 살다보니 좁은 땅에 비례하는 인구만큼 밀도있는 쓰레기들이 배출될 수 밖에 없다. 그들은 '우아한 아파트'를 꿈꾸었겠지만 '독에 든 쥐'처럼 서로 물어 뜯는 적이 되어 간다.
지진이,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지진이 땅을 흔들고 지나가면, 자본의 연금술로 빚은 탐욕의 신기루는 모래성처럼 무너져내린다. 그 아래로 수백, 수천명의 '우아한'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고, 수 십층의 높이로 사람들을 깔아뭉게고, 아파트는 '한푼'도 안되는 쓰레기로 돌아간다.
아파트가 무너져도 자본가는 돈을 번다. 그들은 좁은 땅에 '효율적'으로 칸막이를 해놓고

'우아하고' '편리하고' '여자의 마음을 알아주고' '남편이 일찍 돌아오고 싶도록' 치장을

해놓고 비싸게 팔아먹고 배를 불렸다.
탐욕을 부추기는 자본이나 그 탐욕을 노리고 달려드는 '중산층'이나 '욕망'의 크기는 같다. 온 나라의 땅 위를 아파트로 채우고 싶어하는 자본과, '내집 마련'이라는 '미명'으로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는 '중산층'의 투기 심리는 머지않아 도심 아파트의 슬럼화로 끝날 것이다.
아파트는 낡아가고, 조금만 낡으면 헐어버리고 다시 짓는 '재개발'이 판을 치지만, 초고층 호화 아파트가 늘어날수록 '재개발'로 얻을 이익이 줄어들고,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한계에 부닥칠 즈음, 아파트는 거품이 빠지고, 영원할 것 같던 아파트의 성장이 발밑에서 꺼지는 거품임을 느낄 때, 아파트는 슬럼이 된다.
가난한 사람들, 집 없는 사람들은 이미 그들의 터전을 아파트 자본에 빼앗기고 도시의 빌

딩 그늘 아래, 아파트의 그늘 아래 독버섯처럼 숨어서 자란다.
'중산층'이 '건강한 환경'을 위해 도시 외곽의 전원 주택으로 이주를 시작하면 아파트는

가난한 사람들이 차지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아파트는 더욱 낡고 더러워진다.
아파트가 팔리지 않게 되면 아파트 건설 회사들이 하나둘 쓰러지고, 아파트는 더 이상 관

리할 수도, 헐어버릴 수도 없게 되는 도시의 흉물이 되어간다. 집 없는 사람들이 비어있는 아파트를 점거하고 정권은 아파트 문제 때문에 체제가 흔들릴 정도가 된다.
한때 아파트는 중산층의 꿈이었고 희망이었고 존재이유였고 부의 상징이었고 부의 척도였고 가치관의 기준이었고 기득권의 표현이었고 욕망의 발현이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도 여전히 그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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