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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똥이 코에 머 들어가쪄요”
주말의 달콤했던 휴식이 끝나 가는 일요일 저녁 8시.
‘코에 뭐가 들어갔다’며 똥이녀석이 채근을 시작했습니다.

눈이 어두운 할머니. 코를 몇 번인가 풀어주다가는
‘내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자꾸만 코에 뭐가 들어갔다고 한다‘며 똥이 코를 좀 봐주라고 하셨습니다.

똥이 엄마는 '코가 막혀서 그러나보다' 생각하고 물 휴지를 꺼내 코를 풀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자꾸 “똥이 코에 뭐 들어가쪄”라고 반복하는 것이 이상해 눕혀 놓고는 코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세상에나!
그 자그마한 콧구멍 깊숙이 작은 나사못이 보이는 겁니다.

장난감을 포장했던 박스에서 나온 나사못을 버리지 않고, 할머니 방 TV 위에 올려놓았었는데, 그 나사못이 녀석의 콧속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똥이 코에 나사못이 있다’는 엄마의 진단에 똥이 할머니는 놀라서 뛰어나오셨고. 편도선이 부어 끙끙 앓고 있던 똥이아빠까지 침대에서 나왔습니다.

핀셋을 찾아 어떻게 꺼내 볼까 하고 찾아보았지만 도구를 찾을 수 없었고,
똥이 엄마는 재빨리 똥이 외출준비를 시켜 병원 응급실을 찾기로 했습니다.

자기 콧구멍에 나사못을 꾸겨 넣은 똥이녀석은 “엄마, 어디가? 병원에 가? 왜 가는데?”라며 질문을 퍼부어 대고 있습니다.

저 때문에 걱정에 쌓인 어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갑자기 벌어지는 수선이 마냥 신나는가 봅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앓기만 한 똥이아빠가 운전대를 잡고 나섰습니다.
똥이엄마는 걱정이 되는 한편으로 기가 막히고 우습기까지 합니다.

풍선 부는 펌프 끝을 콧구멍에 집어넣고 바람넣는 장난을 치던 녀석이 기어코 사고를 치고 만 것입니다.
“똥이야, 이제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이 똥이 코에 있는 나사못을 빼 주실 거예요”
“누가?”
“응. 의사선생님이”
“어디서”
“병원에서. 똥이 코에 있는 나사못을 빼 주실 거예요.”
“응, 의사 성생니미 똥이 코에서 나사 꺼내주세요?”
“맞아요. 이제 조금만 기다려라.”
“네.”

-.-…….

얌전하게 병원 응급실에 도착.
간호사 누나들의 호들갑스런 관심과 당직 의사의 환영(?)을 받으며 나사 뽑기에 들어갔습니다.

엄마 품에 얌전히 안겨서 의젓하게 있던 녀석.
서너 명의 간호사가 달려들어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붙들고,
이상한 기구로 콧구멍을 넓히고 핀셋을 집어넣고…….

그러면서도 서툰 손길의 당직 의사는 똥이 코에서 나사못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시도가 이어지자 결국 울음을 터뜨려 버린 똥이녀석.
얌전히 앉아있을 때도 빼지 못했으니, 울음을 터뜨린 아이의 콧속에서 나사못을 빼기는 더욱 어려워진 것입니다.
난감해진 의사는 다음날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오라는 처방(?)을 내립니다.
똥이 아빠는 서툰 손길의 당직의를 못마땅한 눈길로 쳐다보고 있다가는 ‘오히려 나사가 더 깊이 들어갔다’고 불평을 하고 있습니다.

난감해 하며 똥이를 달래고 앉아있는 똥이엄마가 안 되 보였는지 한 간호사가 다른 종합병원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그 곳에는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있을 것이라고 친절하게 일러주었습니다.
결국 빗 길을 뚫고 다른 병원을 찾아 나섰습니다.

일요일 밤인데도 길이 많이 막히고, 신호등마다 걸리는 것이 초조한 똥이네 식구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만듭니다.
자기 몸도 추스르기 어려운 똥이 아빠는 애써 아픔을 참으며 길을 가고 있습니다.
‘아빠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똥이엄마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어디 가는 거야? 똥이 코에서 나사 빼써요? 삐뽀삐뽀 경찰차다!!!”
그 와중에서도 호기심을 발동시키며 쫑알거리던 똥이 녀석은 어느 사이 엄마의 품에 안겨 잠이 들어있습니다.

새롭게 찾아간 종합병원에서 긴 기다림 끝에 겨우겨우 전문의를 찾아서 똥이 콧속 깊이 박혀 들어간 작은 나사못을 빼낼 수 있었습니다.

“엄마는 똥이 코에 나사가 들어가서 무척 걱정했다. 너무 놀랬어요”라고 하자
“똥이도 걱정해써.”라며 능청을 떱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할머니에게 맨 먼저 보고하는 사람은 똥이입니다.
“하머니, 똥이 코에서 나사 빼써요. 똥이가 걱쩡해써요.”

-.-....

한가롭던 휴일 저녁의 작은 수선을 야기한 장본인 똥이.
기침감기에 시달리는 엄마와 편도선으로 고생하는 아빠에게 다시는 코에 그런 것 넣지 않겠다고 철썩 같이 약속을 했습니다.
녀석도 많이 놀랐을 거라고 똥이엄마는 생각합니다.
그래도 녀석의 왕성한 놀이 욕구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아빠, 엄마덜, 아프지 마요. 아프면 매매마자요.
똥이 어떤 책 일거주까????”
녀석에게 관심 있는 책읽기를 해주지 않는 아빠, 엄마에게 녀석의 질책이 어김없이 꼿힙니다.

-.-..

똥이와 험난한 세상 파도 헤치기 26개월 19일 째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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